동남아시아 건축

베트남 도시 외곽의 공장 주거 복합 슬럼가 구조와 노동계층의 건축 방식

동남아시아 건축 알리미 2025. 6. 3. 08:30

베트남의 급속한 산업화는 도시 외곽 지역에 대규모 공장을 세우며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호찌민시, 하노이, 하이퐁 등의 대도시 근교는 외국인 투자 산업단지와 함께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주거지가 동시에 형성되는 독특한 도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거지는 일반적인 아파트나 계획 주거단지가 아니라, 공장과 주택이 밀착된 슬럼가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도시 개발의 부산물이 아니라, 노동 계층의 현실적 생존 전략이 공간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저렴한 임대료, 직장과 가까운 거리, 생계비 절감을 위한 자급자족식 생활 패턴 등이 얽혀, 슬럼가와 공장이 거의 하나의 복합체처럼 존재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좁은 골목과 미로 같은 길 사이에 위치한 소형 주택들은 공식적인 허가 없이 지어진 경우도 많으며, 규칙 없는 확장과 리모델링이 반복되며 독특한 비공식 건축 문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공장 굴뚝의 연기와 주거지의 빨래가 한 공간에 어우러진 풍경이 흔히 목격되며, 베트남 산업화의 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노동 계층 주거의 자율적 건축 방식

베트남 도시 외곽 노동 계층의 주거는 대부분 임시적 구조물이거나 자재를 재활용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철판, 벽돌, 시멘트 블록, 폐목재, 심지어 플라스틱 천막까지 다양한 자재가 동원되어 건축되며, 이러한 방식은 정부의 규제를 피해 빠르게 건물을 세우는 데 유리합니다. 특히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사용되다 버려진 팔레트나 나무틀을 가져와 벽체나 가구로 재활용하기도 하며,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수직 확장 방식도 흔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구조는 기본적인 주거 기능 외에도 생계 공간으로도 활용됩니다. 1층은 작은 식당이나 음료 가게로 개조되고, 2층은 가족의 침실로 쓰이며, 옥상에는 빨랫줄과 물탱크, 소규모 텃밭이 있는 등 공간은 다층적인 기능을 수행합니다. 공장 교대 근무 시스템에 맞춰 낮과 밤에 주거 공간을 교대로 사용하는 사례도 존재하며, 한 공간에 두 세대가 시간차로 사는 독특한 방식도 생겨났습니다. 이런 자율적 건축은 표준화된 도시 주거 개념과는 다르지만, 노동자 개개인의 생존 전략이 녹아 있는 공간이며, 베트남 도시 저소득층의 현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건축 형태입니다.

 

베트남 도시 외곽의 공장 주거 복합 슬럼가 구조와 노동계층의 건축 방식

공장-주거 복합 구조의 장점과 한계

공장과 주거가 밀착된 구조는 노동자에게는 명확한 장점을 제공합니다. 가장 큰 이점은 출퇴근의 효율성입니다. 대부분 도보 5~10분 거리 내에 거주지가 있어 교통비와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또한 주거지 내에는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이 함께 모여 살아 공동 육아, 식사 준비, 생활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집니다. 이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공동체적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동시에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분진, 화학물질 유출 등의 환경 문제가 주거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공공 위생이 취약한 슬럼가에서는 감염병이나 화재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대부분 비공식 건축물이기 때문에 안전 기준이나 건축 법규를 따르지 않아 구조적 붕괴의 위험도 존재합니다. 특히 베트남은 여름철 폭우와 태풍이 잦은 지역이기에, 배수 시설이 부족한 슬럼가는 자주 침수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런데도 이 구조는 단순한 불법 점거지가 아닌, 도시 저소득 노동계층의 생존과 일상이 교차하는 공간으로서 그 나름의 기능성과 필요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도시 확장과 슬럼가의 공존

베트남 정부는 최근 몇 년간 도시 슬럼가의 정비와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수립해 왔습니다. 특히 호찌민시와 하노이 외곽 지역의 재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슬럼가 철거와 함께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노동자들이 이러한 공공임대주택을 선호하지 않거나,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공공주택이 위치상 멀리 떨어져 있어 교통비 부담이 크고, 사생활이 제한되며, 기존처럼 유연하게 공간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슬럼가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개조하고, 상업 활동도 겸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훨씬 실용적인 생활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자발적 슬럼 정착이 더 나은 삶의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베트남 도시계획이 비공식 건축과의 공존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완전한 철거보다는, 슬럼 내부의 인프라 개선과 위생·안전시설을 보완하는 접근이 더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미 몇몇 NGO와 지방자치단체는 슬럼 내부에 공용 화장실, 정수 시스템, 공동 쓰레기 처리 공간을 설치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베트남 노동자 건축의 가능성과 방향성

베트남 도시 외곽의 공장-주거 복합 슬럼가는 결코 무가치하거나 일시적인 공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비공식 건축의 자생력과 사회적 필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며, 베트남 도시 빈곤 계층이 어떤 방식으로 도시 공간을 점유하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지를 드러냅니다. 앞으로 이러한 공간을 도시계획의 범주 내에서 인정하고, 유연한 기준과 맞춤형 정책을 통해 존중하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철거와 정비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뿐, 노동계층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기존의 자율적 공간 운영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기초 인프라와 공공서비스를 보완하는 방식의 도시 정책이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 전환은 단지 건축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도시 포용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베트남 도시 외곽의 공장-주거 복합 슬럼가는 현재의 도시문제를 보여주는 동시에, 미래 도시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시험하는 실험장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