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 건축은 인간과 자연의 긴밀한 대화 속에서 탄생했다. 극심한 고온다습, 태풍, 스콜, 해충 등 거칠고 역동적인 환경은 건축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생존과 일상의 균형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주거 형태 중 가장 순수하고도 생태적인 모델이 바로 필리핀의 바한쿠보(Bahay Kubo)다.바한쿠보는 수백 년에 걸쳐 필리핀 농촌 지역에서 발전한 전통 고상 가옥으로, 단순하고 가벼운 구조 속에 기후 적응, 에너지 효율, 공동체 중심의 삶이라는 현대적 가치가 응축되어 있다. 이 가옥은 단순히 주거를 위한 구조물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최소 단위의 생태계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친환경 건축과 패시브 하우스 개념이 강조되는 가운데, 바한쿠보는 오래전부터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