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건축

브루나이 신도시 개발에서 전통 목조 가옥의 적응과 변형 과정

동남아시아 건축 알리미 2025. 6. 13. 13:55

브루나이는 동남아시아에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국토와 인구를 가진 부유한 산유국입니다. 국가의 석유·가스 자원 기반 경제 성장과 함께 신도시 개발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전통적인 주거 양식이 현대 도시계획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과 무아라(Muara), 툿옹(Tutong), 벨라잇(Belait) 등지에서는 과거의 전통 목조 가옥들이 이제 신도시 건축과 상호 적응 혹은 변형의 과정을 거치는 중입니다. 브루나이의 대표적인 전통 목조 가옥은 '깜풍 아이르(Kampong Ayer)' 수상 마을의 고상 목조주택입니다. 이 목조 가옥들은 수백 년 동안 강 위에서 살아온 브루나이 사람들의 생활을 반영하는 상징적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가 현대화 전략 속에서 수상 마을과 전통 가옥은 점차 철근콘크리트 아파트와 신형 단독주택 단지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일부 주민과 건축가는 전통 목조 건축의 특징을 현대 건축에 융합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전통 목조 가옥의 핵심 구조와 기능적 지혜

브루나이 전통 목조 가옥은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기후 적응형 생존 건축의 대표 사례로 평가됩니다. 고온다습하고 폭우가 잦은 열대 기후에 맞춰 가옥은 고상형 구조로 지어지며, 바닥과 지면 사이에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 침수와 해충을 방지합니다. 대나무, 맹그로브 목재, 철목 등 방습성과 내구성이 강한 지역 재료가 주로 사용되며, 지붕은 경사가 큰 얕은 처마로 설계되어 비를 효과적으로 흘려보냅니다. 내부 공간은 기능적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공용 거실, 남녀 분리된 침실, 조리 공간, 손님 접대 공간이 고유의 동선을 따르며 배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공동체 중심적 문화가 강한 브루나이에서는 가족 간 교류와 공동생활을 고려한 넓은 공용 공간이 발달하였으며, 이러한 배치는 현대의 공동주택 설계에서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또한 목조 가옥은 자연 통풍을 극대화하여 냉방 에너지 소모 없이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개방형 창문, 통풍 구멍, 천장 높이 조절을 통해 자연적인 공기 흐름을 유도하는 방식은 오늘날 지속가능한 친환경 건축에서도 참고되는 설계 원칙이 되었습니다.

신도시 개발과 전통 가옥의 융합 시도

브루나이 정부는 주거환경 현대화를 위해 다양한 신도시 계획을 시행하면서도, 일부에서는 전통 건축의 미적·기능적 요소를 현대 건축에 융합하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주택 프로젝트인 국민주택계획(National Housing Scheme)에서는 일부 단지에서 전통 고상 구조의 형태를 모티브로 삼은 복층 주택 디자인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현대형 전통 가옥은 외형적으로는 지붕 경사, 목재 느낌의 외장재, 폭넓은 처마를 유지하지만, 구조재는 내구성이 뛰어난 현대 합성자재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목조 구조의 한계였던 화재 위험, 내구성 문제, 유지보수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철근콘크리트 기반의 내구성 높은 구조가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실내 공간 배치도 현대 생활 패턴에 맞춰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분리된 요리 공간이 외부에 위치했지만, 현대 설계에서는 주방과 거실이 통합되어 오픈 플랜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 중심 생활 문화를 고려해 가족실, 예배실(Surau), 손님 응대 공간 등은 여전히 중요하게 설계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브루나이 신도시에서는 전통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기능성을 확보하는 이중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으며, 이는 단절이 아닌 진화하는 전통 건축의 사례로 평가됩니다.

목조 가옥 소멸 위기와 보존 운동

한편, 빠른 도시화 속에서 브루나이의 전통 목조 가옥은 사라질 위기에도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깜풍 아이르의 많은 가옥은 화재, 부식, 인구 감소, 젊은 세대의 도시 이탈 등으로 점점 비어가고 있습니다. 현대 생활에 대한 욕구, 안정적 인프라 부족, 일자리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통 마을을 떠나는 젊은 층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브루나이 정부는 깜풍 아이르를 보존 유산으로 지정하긴 했지만, 주택 리모델링보다 아예 이주를 권유하는 정책이 한때 추진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효율성을 중시했지만, 일부 주민들에게는 문화적 뿌리를 단절시키는 조치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일부 건축가, 시민단체, 학계에서는 전통 목조 가옥 보존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건물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건축 기술의 전승, 목재 가공법 복원, 고상구조 공법 교육 등을 통해 문화적 지식까지 함께 지키려는 시도를 펼치고 있습니다. 브루나이 대학에서는 깜풍 아이르 목조 건축 기술을 대상으로 한 현장실습 프로그램과 아카이브 사업도 진행 중이며, 일부 청년층은 오히려 이러한 교육을 통해 목수, 복원 전문가,전통 건축 가이드로 새롭게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민간 프로젝트에서는 생태관광과 전통 체험 행사를 결합한 방식으로 깜풍 아이르 가옥을 보존하는 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지비용을 충당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보존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전통 목조 가옥에서 숙박을 체험하거나, 전통 어업·수상생활 방식을 직접 경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현대적 경제 활동과 전통문화 보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단순한 관광 수입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이 전통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회복하는 기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브루나이 신도시 개발에서 전통 목조 가옥의 적응과 변형 과정

브루나이 전통 건축의 현대적 가치와 전망

브루나이 전통 목조 가옥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기후 적응형 설계, 공동체적 생활 원리, 지속가능한 건축철학이라는 현대적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특히 자연 친화적 소재 사용, 저에너지 통풍 설계, 수해와 해충 대비 건축법 등은 동남아시아만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의 글로벌 친환경 건축 모델로 활용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향후 브루나이 신도시 개발은 단순한 아파트 단지 양산이 아니라, 전통적 공간개념과 현대 도시계획의 융합을 통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도시 디자인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전통 목조 건축 기술을 단순히 관광 자원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연결하는 핵심 건축유산으로 적극 계승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합니다. 결국 브루나이 목조 가옥의 적응과 변형 과정은 현대화와 전통보존이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 살아 있는 사례이며, 이는 향후 다른 아세안 국가들의 도시 설계에도 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