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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태국 국경 지역의 순회형 유목 건축과 임시 텐트 구조

말레이시아 북부와 태국 남부가 만나는 경계 지대는 단일 국가의 도시 체계에서 벗어난 복잡한 민족 구성과 다층적인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특히 파타니(Pattani), 나라티왓(Narathiwat), 끌란탄(Kelantan) 등의 지역에는 전통 유목민 계층과 이주 공동체가 혼재되어 있으며, 이들은 국가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살아갑니다. 이들 중 일부는 소수 무슬림 유목민 또는 반유목민 생활을 유지하면서 계절별 이동을 반복하고 있으며, 고정된 건축물보다 이동할 수 있는 임시 구조물에 의존하는 주거 문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목 생활은 단순한 전통의 잔재가 아니라, 기후, 생계, 안전, 정치적 현실에 대한 실질적 대응 전략입니다. 말레이시아-태국 국경 지역은 습한 열대 기후와 빈번한 우..

베트남 도시 외곽의 공장 주거 복합 슬럼가 구조와 노동계층의 건축 방식

베트남의 급속한 산업화는 도시 외곽 지역에 대규모 공장을 세우며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호찌민시, 하노이, 하이퐁 등의 대도시 근교는 외국인 투자 산업단지와 함께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주거지가 동시에 형성되는 독특한 도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거지는 일반적인 아파트나 계획 주거단지가 아니라, 공장과 주택이 밀착된 슬럼가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도시 개발의 부산물이 아니라, 노동 계층의 현실적 생존 전략이 공간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저렴한 임대료, 직장과 가까운 거리, 생계비 절감을 위한 자급자족식 생활 패턴 등이 얽혀, 슬럼가와 공장이 거의 하나의 복합체처럼 존재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좁은 골목과 미로 같은 길 사이에 위치한 소형 주택들은 공식적인 허가 없이 지어진..

동티모르 도시 빈민가의 폐자재 건축과 창의적 생존 전략

동티모르는 동남아시아의 가장 젊은 독립 국가 중 하나로, 오랜 내전과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도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 기반이 약한 탓에, 수도 딜리(Dili)를 포함한 여러 도시 주변에는 공식적인 도시계획에서 배제된 빈민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곳의 주민들은 재정적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거를 위한 건축 자재를 구매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 결과 폐목재, 깡통, 타르포린, 차량 폐부품 등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활용 자재를 활용하여 스스로 집을 짓고, 보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폐자재 건축은 단순히 궁핍한 삶의 결과물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창의적 대응의 산물입니다. 주민들은 건축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지만, 다양한 폐자재의 특성을 스스로 실험하..

필리핀 루손섬의 교회와 시장 통합형 건축의 사회적 의미

필리핀 루손섬에서는 교회와 시장이 하나의 복합 건축물처럼 연결되어 있는 독특한 공간 구조를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공간의 배치가 아니라, 경제적 활동과 종교적 생활이 자연스럽게 결합한 공동체적 건축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 인구의 약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이며, 그만큼 교회는 지역 공동체에서 중요한 중심 역할을 담당합니다. 동시에 시장은 주민들의 생계와 물질적 교류의 장이기 때문에, 두 공간이 나란히 존재하거나 아예 건축적으로 통합되어 있다는 점은 지역 사회의 생활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루손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 건축 형식은 단지 실용적인 이유로 선택된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루세나(Lucena)에서는 성 페르디난드 성당이 위치한 중심 광장이 정기적으로 시장..

인도네시아 발리 산간의 사원 주거 복합체와 제례 구조의 분화

인도네시아 발리섬은 종교와 건축이 하나의 문화로 융합된 독특한 지역입니다. 특히 해발 고도가 높은 산간지대는 발리 힌두교에서 성스러운 공간으로 여겨지며, 사원과 주거지가 독특한 방식으로 배치되고 연결되어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단순한 주택이나 예배당이 아닌, 사원과 생활 공간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건축군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형적 특성과 신앙이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산간지역은 급경사와 안개, 강풍, 습기 등 까다로운 환경 조건을 갖고 있지만, 발리 사람들은 이를 오히려 성스러운 공간으로 해석하며, 주거와 제례가 모두 가능한 복합적 구조를 고안해 왔습니다. 경사진 지형은 자연스럽게 상하단 분화 구조를 유도하였고, 그 위계에 따라 신성함과 일상의 경계가 건축적으로 구현되었..

베트남 북부 산악지대의 조족기단과 강풍 대응형 설계 원리

베트남 북부 산악지대는 해발 500~1,500미터 이상의 고지대가 광범위하게 펼쳐진 지역으로, 라오까이(Lào Cai), 하장(Hà Giang), 옌바이(Yên Bái)와 같은 성에 다수의 소수 민족 공동체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연중 기온 변화가 크고, 특히 겨울철에는 북서풍의 영향을 받아 강풍과 한기가 몰아치며, 여름철에는 열대성 스콜이 집중되는 등 극단적인 기후 조건을 보입니다. 이러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온 지역 주민들은 오랜 시간 동안 건축을 통해 자연에 적응해 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조족기단(돌을 쌓아 만든 건물의 기초 부분)이 있으며, 이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풍속, 지형, 수분, 지진 등 복합적인 자연 요소를 고려한 설계 전략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바람의 방향, 지붕..

브루나이의 현대 이슬람 건축에서 나타나는 전통 양식의 생존

브루나이는 말레이 제도에서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중 하나로, 국교는 이슬람이며, 왕실과 종교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건축 역시 이러한 종교적 기반 위에서 발전해 왔으며, 전통적으로 모스크나 궁전, 관공서 등의 주요 건물에는 이슬람 건축 양식이 중심을 이루어 왔습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후 도시화와 함께 현대적인 기능성과 디자인이 점차 도입되면서, 전통 이슬람 건축 양식이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런데도, 브루나이는 독특하게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통 건축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을 병행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형태 보존이 아니라, 건축 속에 담긴 이슬람적 가치, 지역 정체성, 역사적 서사를 유지하려는 깊은 의지의 표현입니다. 특히 수도 반다..

라오스 메콩 강변 저지대 논 마을의 자연통풍 가옥 구조와 기후 대응 전략

라오스는 산악지형이 많은 나라로 잘 알려졌지만, 메콩강을 따라 형성된 저지대 논 마을들은 완전히 다른 기후 조건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루앙프라방 남부나 참파삭 지방을 포함한 강변 저지대 지역은,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기후가 지속되고 우기에는 침수와 습기 문제가 잦은 편입니다. 연평균 기온이 높고 일교차는 비교적 적지만, 실내외 온도 차에 따른 불쾌지수 상승이 생활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건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라오스 주민들은 냉방기구 없이도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집을 짓는 방법을 오랫동안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 핵심에는 ‘자연통풍을 극대화하는 설계’가 있습니다. 이 구조는 단순히 더위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실내 습도 조절, 해충 방지, 생활 리듬의 조절까지 고려된 기후 적응..

캄보디아 수상학교 건축과 지역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설계 전략

캄보디아의 중앙부에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민물 호수인 톤레삽(Tonle Sap)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호수는 매년 우기와 건기에 따라 수면 면적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독특한 수계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주변에는 수상 가옥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모여 사는 '수상 마을'이 다수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마을은 물 위에서의 자급자족 생활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육지와의 연결이 어렵고 교통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교육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이 지역의 어린이들은 가까운 육지 학교에 다니기 위해 매일 몇 킬로미터 이상을 배로 이동해야 하며, 우기에는 수위 상승으로 통학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교사들도 정착이 어려워 상시 교사 확보가 어려우며, 전력 부족과 인터넷 미비로 인해 ..

필리핀 바탕가스 지역의 지진 대응형 건축과 전통 가옥 구조

필리핀은 환태평양 조산대, 이른바 '불의 고리'에 포함된 지역으로, 지진 활동이 매우 활발한 나라입니다. 그중에서도 루손섬 남서부에 위치한 바탕가스 지역은 화산, 단층선, 지각 변동이 복잡하게 얽힌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특히 지진 위험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탕가스 주민들은 이런 자연조건 속에서 수 세대에 걸쳐 재난에 대응하며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지진에 특화된 독자적인 건축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습니다. 지진은 순간적인 충격만 아니라 여진, 기반 침하, 산사태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튼튼한 집을 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바탕가스 지역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건축 구조, 자재 선택, 주택 배치, 그리고 생활 방식까지도 모두 고려하는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