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건축은 대체로 나무, 대나무, 흙 등 유기적인 재료를 중심으로 구성된 전통 목조건축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누사틍가라(Nusa Tenggara) 제도에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경향의 건축 양식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돌기단(Punden Berundak)이라고 불리는 계단식 석조 기단 구조가 그것이다. 이 지역은 자바, 발리와는 다른 건축 전통을 지니며, 특히 고지대와 해안지역을 따라 분포한 마을에서는 돌을 주요 구조 재료로 활용하여 조상 숭배와 제례의 중심 공간을 구축해 왔다. 누사틍가라의 돌기단은 단순히 건물을 올리기 위한 기반 시설이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중심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적 공간이다. 기단 위에는 제단, 조상 위패 보관소, 마을 상징물 또는 작은 사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