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건축은 자연과 종교, 공동체 정신이 융합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이 중에서도 미얀마 바간(Bagan)은 독보적인 존재다. 바간은 11세기부터 13세기 사이, 짧은 기간 동안 무려 1만 개가 넘는 사원과 탑이 세워진 거대한 불교 도시였다. 지금도 2,000여 개 이상의 사원이 남아 있으며, 붉은 대지를 가득 메운 벽돌 사원의 행렬은 동남아 불교 건축의 가장 압도적 풍경을 이룬다.바간의 건축은 단순히 양적인 규모만으로 놀라운 것이 아니다. 이곳의 사원은 전통적인 힌두-불교적 우주관을 따르되, 벽돌이라는 재료를 사용해 독창적 공간 미학을 완성했다. 특히 바간 사원들은 내부 신앙 동선을 섬세하게 설계해, 참배자가 사원 안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깨달음의 경로를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다른 지역 사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