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건축은 단일한 양식이 아니라, 역사, 계층, 문화적 층위가 켜켜이 쌓인 복합체다. 이 가운데 베트남 하노이(Hà Nội)의 구도심(Old Quarter)은 그 다양성과 복잡성을 가장 생생히 보여주는 공간이다. 1,000년 넘는 시간 동안 하노이는 왕조의 수도이자, 상업의 중심지였으며,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독특한 도시 풍경을 오늘날에도 간직하고 있다.하노이 구시가에서는 유독 관청형 목조건물과 서민 주택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공식 건물들은 목재 기둥과 중정(中庭)을 갖춘 정형적 배치를 따르며, 질서와 권위를 상징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반면, 골목골목을 채운 서민 주택들은 협소하고 비좁은 공간 속에서도 유연성과 생명력을 품은 건축적 실험장처럼 보인다. 하노이 구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관청형..